
솔직히 말하면, 2월과 3월 내내 저는 증권앱을 열기가 두려웠습니다.
외국인이 두 달 새 60조 원 가까이를 쏟아내는 걸 보면서 "이번엔 진짜 끝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지수는 생각보다 잘 버텼고, 그 이유를 뜯어볼수록 지금 시장이 단순히 무너지는 게 아니라 판이 다시 짜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인 60조 매도, 정말 '한국 탈출'일까
외국인 대규모 매도를 보고 "빈집이 생겼으니 곧 돌아온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조금 불편했습니다.
자금 유출의 배경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읽혔습니다.
하나는 글로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즉 비중이 커진 한국 주식을 기계적으로 줄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따른 아시아 전반의 빠른 매도였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란 전쟁, 분쟁, 외교 갈등처럼 특정 국가나 지역의 정치·군사적 불안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가리킵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20%를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중동 긴장이 올라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장 먼저 불거질 수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출처: 한국은행).
그렇다면 왜 지수가 버텼을까요? 제 판단으로는 개인 투자자와 기관의 매수세가 하방을 받쳤기 때문입니다.
결국 외국인의 대량 매도는 한국 펀더멘털에 대한 영구적 불신이라기보다는 유동성 압박과 리스크 회피 심리가 겹친 결과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실제로 외국인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 비중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거시 환경이 안정되는 순간 재진입 유인이 생기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다만 "빈집이니까 무조건 들어오겠지"라는 낙관론에는 저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환율과 달러 강약, 유가 흐름이 맞물려야 비로소 자금이 돌아옵니다.
환율이 1,480원~1,485원 구간 아래로 안착하는 흐름이 확인돼야 외국인 매수세가 빠르게 붙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한 가지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이 세 가지 신호를 동시에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심 판단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달러 인덱스 방향: 강세에서 약세 전환 여부 확인
- 원·달러 환율: 1,480원 하단 이탈 및 안착 여부
- 국제유가(WTI): 하락 추세 진입 여부 (90달러 → 80달러대)
후공정 장비주, 지금 다시 봐야 할 이유
반도체 투자를 할 때 저는 늘 전공정 쪽에만 눈이 갔습니다.
그게 제가 오랫동안 반복한 실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HBF라는 키워드가 나오면서 후공정 전체 밸류체인이 다시 뜨거워지는 걸 직접 확인했고,
이번엔 놓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BF(High Bandwidth Flash)란 HBM처럼 메모리를 수직으로 적층하되,
NAND 플래시 기반으로 대용량 저장 기능까지 결합한 차세대 메모리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빠른 속도(HBM)에 넉넉한 저장 공간(플래시)을 더한 형태인데, AI 추론 서버처럼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구조가 확산되면 본딩, 패키징, 세정, 코팅, 테스트 장비까지 후공정 전 영역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제가 직접 관련 종목 흐름을 지켜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건 세정·코팅 분야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일부 종목은 HBM 관련 세정·코팅 공정을 준비해온 상황에서 작년 하반기에 이미 실적이 한 차례 급등한 바 있고,
이제는 그 다음 사이클이 시동 걸리는 국면처럼 보였습니다.
메모리 테스터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콜(검증 통과) 여부가 주가에 직접 연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서,
단순히 테마가 아니라 실적 기반의 움직임이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증권주도 이번 장에서 눈여겨볼 섹터입니다.
3월 한 달간 시장 변동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넥스트레이드(NextTrade) 포함 일평균 거래대금이 65조 원에 달했다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넥스트레이드란 기존 한국거래소(KRX) 외에 새롭게 출범한 대체거래소로,
경쟁 구도를 통해 전체 주식 거래 볼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거래대금이 늘면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어나고,
신용잔고 30조 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이자 수익까지 겹치니 1분기 실적은 상당히 탄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물론 일부에서는 증권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이미 어느 정도 올라왔다는 점,
그리고 1분기 이후 거래대금이 줄어들 경우 실적 모멘텀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저도 그 점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재진입하는 국면에서 거래대금이 다시 확대된다면,
2분기에도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 이 국면에서 "모든 섹터가 다 간다"는 식의 낙관보다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확인된 영역과 거시 환경 변화에 직결된 섹터 두 가지를 교차 점검하는 접근이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저 역시 후공정 장비주 두세 종목을 선별해서 실적 발표 전후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장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사실 가장 판단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고, 무리하게 비중을 높이는 것도 위험합니다.
외국인 수급 신호, 환율 방향,
실적 데이터 이 세 가지를 함께 보면서 비중을 조금씩 조율해 나가는 방식이 지금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